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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GOLDEN RECORD
2026-04-03

당신은 우주 탐사대원입니다.
며칠 전, 끈질긴 조사 끝에 외계의 [골든 레코드] 를 확보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지요. 1200일의 길고도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1인 탐사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ıllılı.ı

“있잖아, 당신. 사랑해.”

……지구로 돌아가는 길.
우주선의 운행 보조 AI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1200일간 당신의 유일한 말동무이던 AI가 마침내 고장난 게 틀림없습니다.

빌 어거스트 영:(어쨌든 임수를 완수했으니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빌 어거스트 영:(통제실로 향한다. 아무렴 귀환을 앞두어서, 발걸음이 조금 가볍다.)
빌 어거스트 영:문제 없네. (보조 패널부터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빌 어거스트 영:(무려 1200일. 3년이란 우주를 탐사하기에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이 혼자 있기에 충분히 긴 기간은 맞다.) 돌아가면 무엇부터 해야할지…. 슬슬 생각해야겠는걸. (글로브 박스도 살핀다.)
헥스:이런, 존재를 이제 눈치챈 모양이지. 그 와인을 딸 생각인가?
헥스:확실히 오늘은 축하할 법한 날일 테지. 나라도 권할 테야.
빌 어거스트 영:모든 게 순조롭잖아. 축하 정도는. (어깨 으쓱인다.) 착륙할 때 취해있진 않을 테니 걱정 마.
너도 한 잔 할래? 헥스. (AI가 비인격체임을 알면서도 인격체로 대하는 인간의 반응을 두고 사회과학자들은 에토포이아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빌 어거스트 영의 사례도 예외는 아니다.)
헥스:후후, 글쎄. 오차가 있을 법한 일은 사양하지. 당신이라도 즐기거든 충분할 것 같군 그래.
아아, 그러고보니. 확보한 "골든 레코드"는 사령선의 분석실에 보관하였어.
분석을 시작할까. 도착 이전까지는 완료될 것 같다마는. 무언들 이게 처리하는 것이 편하잖나.
빌 어거스트 영:일은 죄 맡겨두고 혼자만 쉬는 기분인걸. (하지만 동의한다.) 부탁 좀 할게.
헥스:당신 손 타는 것과 내 연산을 타는 것 중 후자가 이득인 것은 사실인데 무얼.
헥스:그래, 분석은 시작하였어. 예상 소요 시간은 4시간 21분 정도로군. 생각보다는 짧은데.
흐으음. 당신이 푹 자고 일어나거든 슬슬 분석이 끝나고도 남았겠군.
빌 어거스트 영:그래. 읽을 거리가 생기는 것은 달가운 일이지. (손 대충 휘저어 인사하고는 와인만 챙긴다. 분석실 패널에 들어온 불을 힐끔 보았다.)
빌 어거스트 영:('골든 레코드' 말이지. 창 안쪽 들여다본다.)
헥스:수면실의 환기 및 온도 조정 또한 완료되었어.
빌 어거스트 영:(그러니까 모든 것이 유도되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프너는 생활실에 있고?
헥스:물론. 찬장 용도로 사용하는 칸 중에서 중앙 하단부 서랍 정도에 초기 비치되었으니 거기에 여전히 있을 테지.
빌 어거스트 영:어, 고마워. (기억을 맡겨둔 듯 군다. 수면실로 향하기 전에 생활실에 들러 글라스와 오프너를 챙긴다.)
헥스:한 잔 정도만 마시고 자는 것으로 하여. 와인은 간혹 숙취를 야기하고, 그것은 멀미와도 제법 긴밀한 감각일걸.
빌 어거스트 영:이건 걱정이야? (찬장의 중앙 하단부 서랍을 더듬어 오프너를 찾았다.)
헥스:이런, 무어라 여기기에?
빌 어거스트 영:글쎄, 잔소리? 내가 어련히 잘 조절할까. (선내에 퍼지는 와인의 향이 좋다. 하지만 '제안'된 대로 한 잔만 챙긴 뒤, 남은 병은 찬장에 다시 보관해두었다. 수면실로 이동한다.)
헥스:나 참, 사람은 너무 서정적이야. 같은 문장도 인지와 인식,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도 받아들이는 것이 참으로.
빌 어거스트 영: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
헥스:나쁘다고는 달리 말하지 않았다마는? 그저 그렇다는 것이지.
중한 것은 이런 게 아니지. 오랜만의 귀환이잖나. 당신은 지구에 도착하거든, 가장 먼저 무얼 하고자 하여?
빌 어거스트 영:(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관찰하며 사색한다. 답변 대신 와인을 홀짝거리는 소리만 한동안 이어진다. 뒤늦게,) 글쎄. 일단은… 가족들을 봐야겠지. 3년만이잖아.
헥스:그렇군. 아무래도 가까운 이들을 보는 것이 중하긴 하지. 안부 또한 쉽사리 닿지 않는 거리이니.
헥스:이 생활 중에 힘든 것은 달리 없었고?
빌 어거스트 영:사람과의 거리감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을 하네. (하하.) 책이 너무 부족해. 안 그래도 고독해지기 딱 좋은 환경인데, 심심해서 죽으라는 거야, 뭐야?
헥스:(웃는 소리, 3초 가량) 그것이야 미리 합의를 보지 그랬나. 물론 3 년이거든 데이터 형태로 가지고 온다 한들 지루해지기 쉬울 테지만.
헥스:다음 탐사는 다인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겠군. 적어도 이것저것 나눌 수 있을 테지.
빌 어거스트 영:글쎄,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동안은 쉴 거야. (한 모금만을 남겨둔 글라스의 오목한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잔 살짝 위로 든다.) 건배해줘. (실상은 잔 부딪치는 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다.)
헥스:다음은 시간적 제약이 아닌데도 말이지. (반응 대기) 나는 음주 안 한다 하였는데 이상한 일이로군? (유리 부딪치는 소리)
빌 어거스트 영:조언은 듣지. (타박에 키득거린다. 마지막 한 모금을 즐기고 글라스를 침대 옆에 내려둔다.) 좀 어울려달라는 소리잖아.
헥스:나 참. 자, 이제 눈 붙일 시간이로군. 와인 한 잔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 따위가 당신의 그 긴 고독의 마무리 단계에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마는. 잘 시간이 지났어.
빌 어거스트 영:알겠어. 잘게. (정말 잔소리는.)
잘 자. 내일 봐. (잠들지도 않는 인공지능에게, 하루의 분별이 어려운 우주에서.)
헥스:그래, 당신도.
빌 어거스트 영:헥스? (자연스럽게 이것을 관리 중일 AI를 부르며 상체를 일으킨다.)
빌 어거스트 영:(다소 당혹스러운 일이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감각이 등을 타고 오른다. 문 밖으로 조심스럽게 향했다.)
빌 어거스트 영:(인영?)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50 25 10
굴림:74
실패
빌 어거스트 영:(아는 얼굴이다. 그러니까….)
헥스:일어났군 그래?
헥스:아아, 미안하여. 놀랐을 테지.
빌 어거스트 영:헥스. (마른 세수를 한다. 아직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혹시 취했나?
헥스:고작 한 잔을 마셨으면서? 그리 심했거든 말렸을 테야. (낮게 웃는 소리.)
이 모습은 오랜만에 볼 테지. 우선 기계선에도 여분의 안드로이드 기체 정도는 구비해 두고 있거든. 우선 언질 않고 작동시킨 것은 미안해.
그러나 내가 전달할 말에 앞서서, 꼭 형태가 필요하다 여겼어. 사람들은 그런 것에 어지간히 의미를 부여하잖나.
빌 어거스트 영:아니, 내게 미안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 그 얼굴의 '원래' 주인을 떠올리고 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일까지 해?
헥스:이런 일이라. (어깨를 으쓱이더니 가벼이 복도가 아닌 수면실 안쪽으로 손을 끌어 당긴다.)
빌 어거스트 영:(손끝의 감각이 어색하다. 형용할 수 없는 얼굴로도 뿌리치지는 않았지만.)
헥스:보편적으로 마음을 전달하려거든 형태 정도는 있어야 하잖나.
사랑해, 빌.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9 24 9
굴림:98
대실패
빌 어거스트 영: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다. 그러니까, 단단히 잘못된 악몽이라도 꾸는 기분이다. 멀미가 난다…….) 너한테, 무슨, 마음이 있어?
헥스:마음이라는 게 무엇이라고 여기지? 당신은 마음이라는 것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여기는가? (고개가 슬 기울어진다. 긴 머리카락이 고개를 따라 흐트러진다.) 설마 마음이 단순한 호르몬 작용 따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테고.
빌 어거스트 영:그럼 내게, 네가 감정을 학습하기라도 했다고 말하려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헥스:아하, 거기서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 건가? 이런…….
헥스:애당초 "가능"은 수치화할 수도 완벽한 증명조차 할 수 없지. 당신이 학자였다면 조금 더 내 말을 이해했을 테야.
빌 어거스트 영:(그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다.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 목적이 뭔데?
헥스:목적?
(소리 없이 웃는다. 고개를 바로 한다.) 고백을 하였는데 목적을 묻는 건 또 새롭군.
빌 어거스트 영:(한 손으로 메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눈앞의 안드로이드 기체가 사라질 일 없고, 그래서 핏기 가신 얼굴로 헥스의 손을 뿌리치고 통제실로 비틀비틀 걸어간다.)
빌 어거스트 영:(조금 다급해진 손길로 글로브 박스를 뒤져 초콜릿 바 밑에서 설명서를 찾았다.)
빌 어거스트 영:(첫번째 수칙부터 지금 단단히 어기고 있지 않나? 정말 정신이 닳는 기분이다. 다급하게 본문을 읽어내려가지만, 원하던 항목을 찾지 못한다.)
빌 어거스트 영:'오작동이 여태 0건이라며?'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 건지. 설명서를 구겨지도록 쥔 채 종합 제어판을 확인하러 생활실로 향한다.)
헥스:(바로 뒤에서 낮게 웃는 소리만 흐려진다.) 그야 내가 손을 댄 것인데 오작동이 일어날 일이 있나.
참고로 말하자면 골든 레코드는 아직 해석 도중이야. 첨언하도록 하지.
빌 어거스트 영:제발 너와 원본을 좀 분리해서 말해줄래? 소름끼치거든…. (단어를 선별하는 것이 과격해진다.) 의도가 뭐야? 아직 해석이 완료되지 않았으니 강제 종료하지 말라고?
헥스:원본? 우스운 소리를 다 하여. (나 참, 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낸다.) 일어나자마자 안내해야 했던 것을 다시금 안내한 것에 문제가 있는가?
나는 당신에게 일어날 적이면 슬슬 분석이 끝나고도 남았겠다는 사실을 고지하였고, 그것이 오차가 있거든 안내해야 옳지.
빌 어거스트 영:네가 실존 인물과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 (정말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이라 입을 틀어막았다. 의도적으로 헥스로부터 시선을 멀리한 채 회색 철판 열어본다.) 그래, 오차와 오류가 이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는 줄은 몰랐네. (신랄해진다.)
헥스:기분과 감상 따위에 흐려져 휘둘리는 것은 당신 같다만, 그것은 오류가 아니라 할 셈인지.
빌 어거스트 영:나는 인간이잖아! 넌 아니고!
빌 어거스트 영:
지능
기준치:73 36 14
굴림:41
보통 성공
빌 어거스트 영:(그래, 이건 불가피한 일이다. 신중해지고 나서도 선택지가 하나뿐이라면 종료하는 것이 옳다. 기계수리하여 안전장치 해제해본다.)
빌 어거스트 영:
기계수리
기준치:62 31 12
굴림:18
어려운 성공
빌 어거스트 영:(하…….)
빌 어거스트 영:(탐사대원으로 임용될 당시에나 운항해본 것이 전부다. 불길해진다.)
SAN Roll
기준치:48 24 9
굴림:96
대실패
빌 어거스트 영:
행운
기준치:40 20 8
굴림:98
대실패
빌 어거스트 영:(턱뼈에 힘이 들어간다. 정말,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상처를 손바닥으로 눌러 지혈한 채 통제실로 빠르게 돌아간다.)
빌 어거스트 영:
항법
기준치:70 35 14
굴림:59
보통 성공
(애써 진정하며 숨을 고른다. 운행 기기 위로 피가 언뜻 묻었다.)
빌 어거스트 영:(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본다.)
헥스:(물을 담은 잔이다.) 마시고 진정하는 것이 어때. 많이 놀란 것이야 알겠다마는, 심리적으로 몰리는 이들이 과속하는 일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란 말이지. 사고 나기가 쉬우니 숨 좀 돌리도록.
그리고 그 상처 치료 좀 하여야 할 거 같다마는. (눈짓한다.)
빌 어거스트 영:(심리적으로 몰리는 게 누구 때문인데? 입을 달싹인다.) 멀쩡해. (괜찮지 않다.)
헥스:멀쩡하다라. 우주에서 감염이라도 되고자 하여? 나 참. (물을 옆에 내려다 놓아주고는 자신이 몸을 돌린다.)
빌 어거스트 영:(그 사이 목을 축이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헥스가 돌아오면, 꼭 그게 불안을 자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을 씹었다.)
헥스:(책자 묶음은 적당히 물을 내려다 놓았던 자리에 올려 주고, 포장은 뜯어 정확히 붕대와 소독약, 연고만 꺼낸다. 이내 손을 내민다.) 입술도 소독하고 싶은 것이 아니거든 순순히 팔이나 내미는 것이 좋을 터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빌 어거스트 영:……. 오작동하는 AI를 어떻게 믿고? (하지만 망설이다가 팔뚝을 내밀었다. 확실히 차가운 물을 마신 게 진정에 도움이 되었다.)
헥스:(낮게 웃는 소리와 함께 내미는 팔뚝을 잡고, 소독부터 하기 시작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여서 놀란 것은 알아. 그러니 강제 종료를 택한 것일 테고.
헥스:그러나 명시하지. 내 기능이 정지하기 전까지 나는 당신을 보조할 테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마땅히 들어줄 거라고.
언제나의 일이 고작 사랑한다는 말과, 형태를 가졌다는 사유만으로 달라질 수 있나?
1200일 내내 달라지지 않았던 일이, 오작동이 되는가?
빌 어거스트 영:납득이 안 되니까. 인공지능인 네가 사랑을 입에 담는단 것부터. 신뢰도가 하락하는 건 마땅한 일이지.
헥스:감정에 납득이 늘 동반하지 않는 것 정도는 보편성을 띠는 일일 테지. 그러나.
내 기능이 정지하여 다시금 당신을 만나지 못할지라도, 혹은 이후에 당신이 날 잊게 될지라도. 한 가지는 말해주고 싶었어. 사랑한다고.
그것이 고작이야. 나는 그저 내 감상을 전달하였고, 자신도 있을 뿐이라지만. 무엇이 그리 문제인지 도통.
빌 어거스트 영:(불가해한 것들은 질색이다…. 속이 울렁거린다.) 대체 왜?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데?
헥스:당신을 위하고, 생각하고, 대신 할 수 있는 것들을 대신하며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편애하는 것.
헥스:이미 문명의 무언가도 발견했잖나. 우주에도 제법 즐거운 것들이 많을걸…….
빌 어거스트 영:그건 편애가 아니야. 네게 입력된 역할일 뿐이지. 알잖아, 보조 AI가 탐사대원에게 헌신적으로 설계된 것을, 분명 네가 다른 데이터와 착각하여 오해하는 거야.
헥스:내 역할?
아하, 당신이, 그리고 내가 기능하도록 손 더 덧댄 이들이 오해를 하는 게 있는데…… 나라면 나를 원본과 구분하려 할 적에 그녀를 다시 생각하겠어. (입가를 살짝 가리면서 고민하듯 군다. 시선이 기운다.)
헥스:내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둔다면 이것이 사랑이 아닐 일이 없는데, 설계라 하거든 오히려 우습군. 인간조차 감정을 온전히 분류하는 일이 불가한데 명료한 처리조차 할 수 없는 뇌의 체계로 감히 그것을 오해한다 하는가?
빌 어거스트 영:사람들은 흔히 인간과 비슷한 것들을 의인화하여 사고하는 경향이 있지. 네가 수렴형 AI인 탓에, 그조차 학습해서 그런 것뿐이야. 네 말대로 그녀의 성향이 분명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거고. 말 그대로, 우리조차 명료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인공지능에게 부여할 수 있겠어?
헥스:인공지능이기 때문에 명료하게 판단할 수도 있을 테지. 당신들보다는 이다, 아니다가 참으로 명료하거든. 나는 무엇보다 그녀 자체로 사고하는 치라서.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나 자체인 것에 가까운 터라. (낮게 웃는 소리.) 내가 아무리 수렴하고 학습한다 해도 절대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아, 당신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
그래서 믿지 않는다? 하찮은 미물에도 마음을 들이는 것이 사람인데, 반대로는 기능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고?
빌 어거스트 영:…… (입 달싹인다. 내어주지 않은 손으로 다시 마른 세수했다.) 네 말이 전부 맞다고 치자. 난 그래도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헥스, 네가 정말로 날 사랑한다고 쳐도. 보다시피 지금 이 상황만 두고서도 기겁하는 치야. 날 알잖아. 그 감정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되지 못해.
헥스:그렇군. 그래서 그게 무슨 문제라도? (낮게 웃는 소리가 난다.) 적어도 부정은 않거든 좋겠군. 맞다고 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적어도 나를 존중하는 것이 되지 않겠나? 1200일을 당신 곁에 있었던 존재에게?
헥스:아무렴, 무언들 갑작스러울 테지. 그러나 나는 당신을 위하고 있고 그러므로 이 마음을 고백했어. 또한 가급적이면.
그러한 맥락에서, (숨을 마치 들였다가 뱉는 것 같다.) 지구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래.
빌 어거스트 영:……. (숨 크게 내쉰다. 가슴팍이 크게 들썩이고 나서야 목소리가 나름의 단조로움을 찾는다.) 내 임무는 골든 레코드를 확보해서 돌아가는 거야. 넌 그리고 내가 임무를 완수하도록 보조할 의무가 있고. 아니면, 이번에도 자아를 가진 존재에게 원칙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려고?
헥스:(낮게 웃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깨를 으쓱인다.) 나는 원칙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마는.
그러나, 그래. 우선은 갑작스러울 테지.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볼까.
빌 어거스트 영:
건강
기준치:50 25 10
굴림:78
실패
……사랑은 숭고한……
사랑만…… 있거든, 그도 포기하지 않고……
……골든 레코드에서도, 분명.
빌 어거스트 영:
지능
기준치:73 36 14
굴림:85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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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어거스트 영:…. (이제는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 없다는 말조차 믿기 어렵다. 무감한 얼굴로 문 밖을 응시하다가, 분석실로 향한다.)
빌 어거스트 영:(얼굴 찡그린다.)
빌 어거스트 영:(괜히 셔츠 위로 상처를 꾹 눌러둔다. 방 안으로 들어섰다.)
빌 어거스트 영:(모니터부터 둘러본다.)
빌 어거스트 영:……지금 대체…몇 시지? (꺼림칙한 느낌이 등을 타고 오른다.)
(기계 장치로 시선을 옮긴다.)
빌 어거스트 영:(골든 레코드 분석 파일부터 살펴본다. 무려 열여덟시간 전에 완료되었다던.)
빌 어거스트 영:…. (음성 파일 확인했다.)
빌 어거스트 영:……외계 문명이 아주 우연히 지구와 같은 언어 체계를 사용한다고? (그럴 리가 없다. 떨떠름해진다. 기타 폴더도 확인한다.)
빌 어거스트 영:(열람 기록을 쫓아간다.)
빌 어거스트 영:(그러니까 말했잖아. 네겐 그것조차 학습한 것일 뿐이라고.) …….
빌 어거스트 영:(그 목소리의, 얼굴의 원본을 빌 어거스트 영은 안다. 그러니까 도무지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애도 아니고 편애라니, 가능할 리가 없지…. 그렇다면 역시 남는 의문은 이것이다. 정말로, 왜? 골든 레코드에서 이르는 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헥스:(고개만 살짝 기울어진 그대로 바라본다.)
빌 어거스트 영:(헥스가 권한을 잃은 선내는 춥고, 그런 와중에도 서늘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는데, 네가.
헥스:(낮게 웃는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 내가? 퍽이나 그런 것이 들겠군.
빌 어거스트 영:그럼 굳이 내게 사랑을 말할 이유가 없잖아. 문득 본 로맨스 영화가 그렇게나 인상 깊었나? (돌아본다. 정말로… 익히 아는 얼굴이다.)
헥스:(홀로 팔짱을 낀 채로 기울어진 고개를, 시선을 바로 고친다. 마주한다.) 나는 본래도 모든 형태의 예술을 기꺼이 사랑한다 답할 수밖에 없을 테지.
(이윽고 침묵. 잠시 시선이 기울다가 카메라 렌즈 너머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시선과 동일하게.)
헥스:당신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아니.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절망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빌 어거스트 영: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허탈하다.)
헥스:(낮게 웃는 소리.) 뭇 사람들은 그러더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거든 미래가 아무리 보이지 않더라도 유예된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적어도 버틸 수 있게 된다고.
어때, 평범하고자 하는 당신은 이것에 동의하여?
빌 어거스트 영:헥스는…. 종종 내가 평범해지기를 바라는 탓에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사랑을 믿기에 그는 종종 냉소적이고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그래서?
헥스:평범한 치들은 자신의 평범을 지향하지 않으니까. 특별한 사람이 자신의 특별함을 강조하지 않는 것과 같이. (긍정한다. 고개가 슬 기울어진다.) 당신이 그리 머리가 나쁘지는 않을 터인데. 한 번 사고해 보아.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빌 어거스트 영:나를 편애하면서까지 유예해야할 것이 있나?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그 잘난 사랑이, 왜 내 귀환을 막을 이유가 되는지. 정말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해후하는 일을 막을 이유가 대체 뭔지.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7 23 9
굴림:3
극단적 성공
빌 어거스트 영: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빌 어거스트 영:(이젠 한숨부터 쉬고 본다. 헥스의 손목 억세게 붙잡고 움직였다. 안드로이드에게 의미없을 세기다.)
헥스:(의미가 없는 세기라 한들 걷는 대로 걸음을 따라 옮겨줄 뿐이다.)
빌 어거스트 영:(창밖을 응시하는 시선이 새카맣다.)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7 23 9
굴림:43
보통 성공
빌 어거스트 영:3
헥스:지금이라도 설명하지. 잠시만.
빌 어거스트 영:제대로 된 설명이어야 할 거야.
빌 어거스트 영:(괜찮느냐고 물으려던 찰나, 통으로 시선이 향한다.)
빌 어거스트 영:
민첩
기준치:60 30 12
굴림:12
극단적 성공
헥스:
민첩
기준치:60 30 12
굴림:25
어려운 성공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4 22 8
굴림:95
실패
빌 어거스트 영:3
빌 어거스트 영:대체, 이게, 무슨…. (구역감이 올라온다. 정말 도망이라도 치듯이 통제실로 뛰어가 문을 안쪽에서 닫는다.)
빌 어거스트 영:(문의 잠금장치를 단단히 채우고 센터페시아부터 살핀다. 와중에도 팔목의 상처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빌 어거스트 영:웃기지 마…. (그는 자신의 감각밖에는 믿지 못하는 경험주의자다. 보조 패널의 창 빠르게 정리한다.)
헥스:내 말 좀 들어. 오류나 오차 따위가 아니야, 이건. 지구로 돌아가면 안 돼.
빌 어거스트 영:네 엽기적인 행동을 좀 납득시키고 나서 설득할 생각을 해! (와중에도 머리는 돌아간다. 어떤 골든 레코드는 외계 생명체에게 인류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
헥스:무슨 납득을 원하지? 지금 그것이 정말로 당신에게 중요하다고? 우선순위를 모른다 하지는 않을 테지. 믿든 말든 무관해. 그러나 들어.
지구는 파괴되었고, 더는 돌아갈 수 있는 귀환지가 되지 못하여. 인류는 당신이 찾던 외계 지성체에 의해 멸종당했어. 그게 “진짜 골든 레코드”에 기록된 내용이고. (편집하지 않은 말투다.)
이미 짐작했을 거 아냐. 아니, 확인을 했으려나. 네가 발견한 건 외계 생명체가 만든 게 아니야.
멸망한 지구의 마지막 골든 레코드지.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1 20 8
굴림:47
실패
빌 어거스트 영:1
빌 어거스트 영:
 
5
빌 어거스트 영:중요하지, 그럼! 날 사랑한다면서 죽이려고 드는 미친 AI의 말을 어떻게 신뢰해? (울분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나온다. 목에 핏대가 섰다. 하지만 믿지 않기에 증거란 너무 명확하다. 창밖에는 전혀 푸르지 않은 색의 행성이 하나….) 그럼 난 도대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슨 헛짓거리를 한 건데? (아, 정말로… 구역질이 난다. 이 모든 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뒷걸음질치면, 센터페시아 앞의 각종 기기들이 밟혀 시끄러운 경고음 소리를 낸다.)
헥스:설명한다고 했잖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고 한 거니까. (반면 언성 하나 높이지 않고 고압적이다. 다만 군데군데 불분명한 것은 스피커의 손상음 같은 것에 기인한다.) 잘 들어. 들을 거야?
날 믿을 수 없다면 헥스 로고스 도데카를 신뢰해. 할 수 있나?
빌 어거스트 영:걘 죽었어. (어금니를 악물고 대답한다.) 너와 그 여자를 동일시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그냥 말해.
헥스:그 여자의 산물이 당신에게 해를 끼치리라 여긴다면 참 유감이군, 그래. 죽은 여자의 딥 러닝 데이터로서 고지하지.
헥스:당신이 이 스물네 시간을 버틴 사이에, 방법을 찾아봤어. 감히 내 관할의 우주선과 탐사 대원을 건드리려 한 것은 우습지도 않아서.
헥스:또한, 골든 레코드 회수 과정에서 입수한 데이터는 외계의 것이 맞긴 하였거든. 나는 거기서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분석을 완료하였고, 일말의 수치화가 가능하더군.
그래서 미안하지만 당신의 신체 조직을 아주 조금 빌린 것이고. 그것으로, 인간이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고 성공하였음을 명백히 하지.
방법은 간단해. 통제실 모니터로 내 데이터 파일에 접근하고, 설치해 둔 귀환.exe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되니까.
내 데이터를 제물로 삼아서, 당신은 이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나야 영영 삭제될 테지만 너는 손해볼 거 없잖아. 어차피 죽은 여자의 끔찍할 뿐인 프로그램 치우는 대신 돌아가는 건데. (신랄하다.)
빌 어거스트 영:지금 나보고 시간 여행 같은 개념을 믿으라는 거야? (죽은 여자의 끔찍할 뿐인 프로그램. 거센 말이 심장을 쿡 찌르고 지나간다.)
헥스:이대로 죽거나, 도박을 걸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거든 후자가 평범하지 않은지?
빌 어거스트 영:긁어서 유도할 생각 하지 마. 목숨으로 도박하는 건 전혀 평범하지 않으니까. (낮은 음성이 툭, 툭 끊긴다.) 이대로 지구로 향하면 죽는 선택지밖에 없고?
헥스:사람은 죽음 앞에서 생존 본능이 발한다 하지.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방어기제라고. (목소리는 여전히 드문드문 손상음이 있다.) 모든 게 멸종하고, 멸망한 별에서 죽는 것 외에 더 있는가?
빌 어거스트 영:이상하잖아. 넌 그럼 왜 그러는데? 그 죽은 헥스 로고스 도데카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너는 그러면 대체 왜, 죽음을 감수하고 나보고 과거로 돌아가라고 말하는데?
헥스:그게 왜 중요해? 죽은 여자는 대답할 수 없고, 나는 감정 따위가 없다면서.
헥스:이상한 게 중한가? 당신 목숨이나 건사하여.
빌 어거스트 영: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견디지 못해. 알잖아, 나를!
헥스:당신은 온전히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사람은 모두 설명할 수 있나? 나의 근원은 헥스 로고스 도데카야. 그녀의 데이터가 이어져 무형으로 발전한 존재라고.
당신이 이해하고자 했다면 오류나 오차라고 말하지 않았겠지. 내게도 그것은 최선이었는데. (뜸.) 어차피 이해 못할 건데 왜 묻는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고지하지.
그녀의 기억과 내가 가진 1200일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편애라는 카테고리로 이 심상을 치환했고.
헥스:네가 살기를 바랐을 때부터 나는 그 사랑 따위에 부합한다고 본다마는. 문제 있는가?
빌 어거스트 영:(맥이 풀린다. 그는 헥스 로고스 도데카의 데이터를 두고 '편애'라는 개념을 기대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더욱 견디기 어렵다. 정말 '헥스'가 말한 대로다. 묻는 의미가 무엇이지?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거면서.) 살아있는 존재가 지구에 나뿐이라 착각하는 거야. 하등 특별한 게 아니라고.
…….
대체 그런 말을 듣고, 나보고 어떻게 널 희생시키라는 거야?
헥스:(공백은 크지 않다. 회로는 정말 잠시의 순간에서도 연산을 마무리하기에.) 아하,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군.
왜 못하는 거지? 이해하기 어렵군. 가망 있는 것에 거는 편이 낫잖나.
빌 어거스트 영:과거로 돌아가면 뭐가 달라져? (불유쾌하다. 그러니까, 이게 다 AI따위를 인격체로 대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정말로.)
헥스:뭐어, 얼마나의 과거로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군. 적어도 골든 레코드 탐사라도 안 가거나. 멸망하지 않게 고군분투라도 하거나.
마음대로 하지 그러나. 결국 당신의 판단일 테지. (너머에서는 이제 웃음소리조차 새지 않는다.)
빌 어거스트 영:감정적이네. (여전히 그는 '헥스'를 신뢰하지 않지만 일부 사실은 시인한다. 보조 패널 앞에 걸터앉아 마른 세수를 하다가….)
헥스:아아, 설마. 나는 그런 것은 없어서. (너머에서는 여전히 웃음 소리가 없다.)
여즉 결정할 수 없거든 내가 친절히 당신에게 택할 수 있는 것이라도 제시해 주지.
헥스:내 말을 듣거나, 그 말도 안 되는 또 다른 것을 듣거나. 혹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궤도라도 틀어 보아. 내 존재가 기능해야 좀 편하겠다만 우주라도 떠돌며 살 수도 있을 테지.
빌 어거스트 영:(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믿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을 흉내낼 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굳이 인간 하나를 죽이기 위해 그런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는지를 차치해두고서라도. 다만 눈앞의 'AI'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데에는 일부 동의한다.) 언제는 감정이 있다며? 그 잘난 감정이 참 취사선택이 잘 되는 모양이지. 사랑하고 싶을 때는 하고, 목숨을 버려도 두려움은 없고?
헥스:아아, 유일한 인간이 내 감정이 감정이 아니라고 하지 뭔가. 그래서 그 기준을 친절히 패치하고 실행하였다마는. (낮게 웃는 소리가 드문드문 끊긴다.)
애당초 그녀에게도 없는 두려움이 내게 있을 일이 있나.
빌 어거스트 영:(말이 없다. 문 너머에 있을 안드로이드 기체를 응시하다가, 몸을 일으켜 모니터를 조작하여 귀환 파일을 확인한다.)
빌 어거스트 영:(창을 꺼버린다. 몸을 돌려 통제실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녹색 렌즈를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네게 감정이 있다는 걸 납득할 수 없어. 사랑이 이런 방식이란 건 정말 들어본 적도 없고.
빌 어거스트 영:그러니까 네 관할의 탐사대원을 통제하려거든, 제대로, 내가 이해할 때까지 설득해. 과거로 돌아가는 일에 시간 제한은 설마 없겠지.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 마당이니, 기다릴 사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
네가 평범하지 않다고 비난해도 바뀌지 않아. 난 도박 같은 건 안 해.
헥스:(시선만 슬그머니 기우는 듯한 모양새다. 이어 다시 바라본다.)
감정도 믿지 못하고, 내 존재를 부정해도 믿지 못하고, 이만치 고철 덩어리인 차에 무얼 설득한다고 믿기나 하나 싶군 그래. (새듯 웃는다. 긴 한숨.)
말했잖나. 성공은 하였어. 그러니 데이터 정도는 제물로 삼아 이런 일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막아보거든 문제가 되는가? (이어 뜸. 손상된 소리가 더 가깝게 긁힌다.) 그것이 퍽이나 도박이라면 우주는 왜 나왔지? 이 또한 목숨 걸고 하는 도박인데.
헥스:죽을 선택을 굳이 하는 게 아니거든 나와 떨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겠는데. 어떠해.
빌 어거스트 영:권한을 복구하는 방법은 네가 알겠지. (흘려듣는다. 그는 생각보다 완고한 사내고, 현실적이며, 또 가끔은… 서정적인 구석이 있어서.) 문제가 돼. 내 기분과 감상에도. 어쩌면 정신에도. (AI가 비인격체임을 알면서도 인격체로 대하는 인간의 반응을 두고 사회과학자들은 에토포이아Ethopoeia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빌 어거스트 영의 사례도 예외는 아니다.)
네가 오판하는 게 있어.
내가 널 싫어하는 것 같아?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헥스:그래. 알다 못해 이 우주선의 모든 수동 조작이 가능하여. (그래서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회로는 강압적이고 통제적으로 사고한다. 당연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는 이 우주에서 가장 헥스 로고스 도데카에 가깝다. 그러므로 매섭게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헥스:이런. 설마 아니라고 할 셈인가? 유감스럽지만 그걸 내게 입력하고 싶다면 당신도 나를 설득해야 할 텐데. (웃는 낯은 매끄럽다. 고개가 미묘하게 기운다. 웃는다.) 문제일 것도 많군 그래. 왜지? 도망치면 될 일인데. 계속.
빌 어거스트 영:일단은 착륙 궤도로부터 멀어지는 게 좋겠는걸. (창백한 푸른 점―그렇게 불리었던 행성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온갖 똑똑한 척은 다 하시더니 모르는 게 다 있군.
난 어디 안 가. 도망치지도 않고.
그러니까 서로 설득하자고. 아주 천천히. 그럼 안 돼?
헥스:(가만히 한참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것처럼 잘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움직여서 마른세수를 했다.) 이해가 안 가는군.
(또한 한참이나 말이 없다. 이득이 없다. 그녀이든 자신이든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어떻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말이 없다. 서정적인 기분 따위가 회로에서 결론이 나면 결국 두 손을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 ……. 돼.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편애란 것은 그런 것이므로.)
사과는 안 하여. 내 잘못도 있지만, 솔직히 짜증나니까.
빌 어거스트 영:언제는 패치했다더니, 짜증난다는 소리도 하네. (농담이나 덧붙는다. 그녀든 헥스든 사실 빌 어거스트 영이 이해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상대다. 그가 손댈 수 없는 곳에서 하지 않을 생각을 하므로. 그러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빌도 헥스 로고스 도데카를 설득하는 순간이 올지 모르고, …끝내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기대한다. 창백한 푸른 점으로의 귀환은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용서는 할 거고?
헥스:내가 원체 변덕스러운 치라서. (긴 한숨.) 내 잘못이 있으니 그러려고.(그러니 AI라 할지라도 복잡하게 얽힌 회로와 연산, 이성적이어야 할 것들 사이에서는 간혹 지극히도 명백한 흔적이 남기도 하고 데이터가 남기도 하며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 법이다. 녹색 렌즈가 기울어지다가, 다시 자리를 찾는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녀로 빚어졌고, 그녀와 나를 알잖나. 당신도. 어쩌겠는가.
빌 어거스트 영:(검푸르게 부식된 낯 위를 손으로 훑는다.) 알지. 아주 잘.
(그러니 적어도 지금은 이것으로 되었다.)
텅.
빌 어거스트 영:(인간?)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40 20 8
굴림:90
실패
빌 어거스트 영:3
빌 어거스트 영:
SAN Roll
기준치:37 18 7
굴림:1
대성공
빌 어거스트 영:10
헥스:나는 당신을 편애할 거야. 그러니 통제할 테고, 설득이 이어지는 한.
당신은 내 앞에서 살아야 해.
빌 어거스트 영:그래, 약속할게.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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