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탑의 마녀는 ―우리는 마녀라는 단어조차 그 여자를 저평가하는 단어임을 안다.― 종종 창밖을 보았다. 하늘은 우리가 어린 시절 로우드에서 보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우주와 땅 사이의 공허…… 그리하여 인간은 하늘을 만질 수도, 밟을 수도 없다.
어쩌면 헥스 도데카에게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가로막는 것은 탑의 거친 돌벽이 아니라 고작 살아 움직이는 인간 하나다. 헥스는 종종 그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모양이었고 그때마다 빌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날 포기해. 네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두 번째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여자는 제 패밀리어를 노려본 채로 울었다. 비상식적인 일이다. 이상하잖아, 메이지가 고작 술사 따위 때문에 눈가가 붉어지다니.
빌의 새카만 눈이 방황한다. 흔들리는 낯과는 다르게 매정하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야." 헥스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고 교정을 요구했지만, 남자는 알 만큼 알면서도 유일의 뜻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 일반적인 애정을 가르쳐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려 드는 게 같잖다. 가끔 치졸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자는 고집스럽게 말을 고치지 않았다. 최악을 가정하는 버릇이 있다는 건 종종 스스로를 핍박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담백해지고 담담해지고 둔감해진 끝에 무딘 인간이 되었다.
그는 사람이라는 족쇄 없이 헥스 도데카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 인물인지를 가늠한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거야, 분명.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그로서는 메이지를 감히 헤아릴 길이 없다.
"난 널 위해서 죽을 수 있어."
"……."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거고."
솔직해지자. 우린 아마 평범한 연인은 될 수 없겠지. 멋쩍어하며 오월의 유원지를 걷지 못할 거고, 마음을 잔뜩 감춘 편지도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빌 어거스트 영이 헥스 로고스 도데카의 이름을 적는 곳은 사랑을 담은 빳빳한 종이가 아니라 서늘한 감시 보고서 위다.
감정이 속을 뒤집어놓았다. 숨 쉬는 법을 잊은 폐와 움푹 팬 심장과, 울렁거리는 위장을 파고들었다.